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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consolas 2020. 5. 27.

제목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리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릴리는 불행하지 않은 세계를 찾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중략) 바로 그런 세계를 나에게, 그 자신의 분신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중략)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중략) 결점들은 결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차별이 있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남아 차별 받는 이들과 함께 하여 서로를 이해하고자 함일지 수도 있다. 세상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연대 시선이 느껴진다.

<스펙트럼>

우주 비행사이자 과학자인 희진은 여러 루이들을 만나며  그 종족의 색채 언어를 경험한다. 김초엽 작가의 세밀한 묘사로 마치 내가 희진이 되어 그 세상에서 루이를 만나고 있는 것 같고 그 세계의 환경과 색채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모두들 궁금해 한 것, 왜 희진은 사람들에게 그 종족이 살던 위치를 말하지 않은 것일까? 그들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희진한테 베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공생 가설>

특정 생명체가 인간의 도덕성을 키워준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불가능과 망각의 힘을 거슬러

딥프리징 기술을 개발하던 안나는 마지막 슬렌포니아 행 우주선을 타고 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그곳을 갈 수 있는 기술이 시간이 흐르면 만들어질 거란 신념으로 딥프리징 기술을 자신에게 사용한다. 170세 안나는 이미 가족이 죽었을 것을 알지만 그들의 무덤이라도 보고 그 곁에 묻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닿을 수 없는 세계 사이에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마치 죽은 사람을 그리워 하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물성>

사람들이 우울, 분노, 공포를 포함하는 물성을 산다. 처음에는 화자 정하처럼 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담은 물성을 사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슬픈 영화를 보고 분노를 일으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다.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이죠. 물성을 감각할 수 있는 게 셀링 포인트죠."

우리가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건 마다 어디서 누구로부터 얻은 것인지 역사가 있고 의미가 있다. 작가 말처럼 사진을 인화 해 소장하는 것도 하나의 추억을 물성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가슴 속에서 빠져 나가버린 듯 싸늘했고, 나는 그게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임을 알았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는 물성으로 표현된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강보현과 헤어지고 나서야 정하는 강보현의 감정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정하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이 감정이였으며 물성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사람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몸 일부에 물성이 감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내분실>

화해 메시지를 넘어, 세상과 단절된 여성들을 세상과 연결된 끈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

마인드 도서관에서 사자의 마인딩을 업로딩하면 마인드 접속기로 사자를 만날 수 있다. 관내에서 분실된 김은하와 그의 딸 송지민. 김은하는 마인드 도서관을 통해 상담치료 하는 것처럼 죽은 어머니와 시간을 가진다. 이로써 김은하는 어머니로부터 이해 받았고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기술이 선물해 준 산자와 죽은 자 간의 이해의 장이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사이보그 그라인딩 프로젝트는 3년 기간 동안 극한의 개조 과정을 버티어 낼 정신력 중요한 프로젝트다. 터널 프로젝트는 우주 환경에 인간의 신체를 맞추는 판트로피를 말한다. 최재경, 그의 딸 서희, 김유진, 그의 딸 가윤. 이렇게 넷이서 살다가 최재경이 우주인 후보로 박탈 되면서 흩어 지게 된다. 그 후 최재경은 우주로 나가기 전 바다로 향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가윤은 이모 최재경과 다르게 터널 프로젝트를 완수해 우주로 나간다.

가윤 역시 소수자를 대표하면서도 별다른 압박 없이 우주 여행사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재경이 온갖 편견과 기대를 헤쳐내고 만들어 놓은 길 덕분이기 때문이다.

최재경과 가윤은 비혼모, 동양인, 여성, 나이 때문에 차별 받는다. 그러나 최재경이 선배로서 우주인의 길을 개척해 놓았기에 가윤은 최재경보다 덜 힘들게 그 길을 갈 수 있었다. 누군가가 닦아 놓은 길, 그 길을 뒤따라 가는 사람들, 그렇게 길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SF 소설임에도 현재 삶을 그대로 담아 놓은 듯 묘사되어 있다. 김성엽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담아 낸 소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