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책

[책] 여자의 독서

by consolas 2020. 5. 7.

제목

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저자

김진애

리뷰

누구도 상상을 막을 수 없다. 상상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나에게 있다. 책은 상상의 촉매다. (생략) 
그 꿈과 그 상상은 앎과 깨달음에 힘입어 현실 속의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생략) 
좋은 책은 세상의 비밀을 아무 조건 없이 알려주고 삶의 기쁨을 무조건적으로 나눠준다.

책은 여자 작가들의 책을 주제별로 작가의 책 비평이 담겨있다. 서문에서 작가의 책에 대한 애정과 작가가 책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눈으로 보일 정도로 선명하며 방대하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사고 의지만 존재한다면 어떠한 제약 없이 상상할 수 있다. 여기에 책이라는 '촉매'가 존재한다면 기존에 상상하는 세계가 더 확장된다. 그 상상들이 상상에만 그칠 수도 있지만 개개인에 따라 그 상상이 현실이 되어 행동으로 옮겨질 수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책은 우리에게 글자를 제공해준다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된다. 독서 행위는 나의 행동 의지로만 가능하며 내가 읽는 그 책은 내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나 같은 활자를 전달해 준다. 물론 그 활자들을 통해 생각하는 것은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마다 다를 것이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으로부터 시작하고 또 끝난다.
집념은 도대체 어떻게 계속 될 수 있을까? 자신과의 언약일 뿐이다.

무기력을 겪고 나면 그 무기력 다음의 나에 대한 궁금증과 통찰이 생긴다. 어떻게 이 무기력에서 기력으로 변화했는지, 무기력일 때 무슨 사고 과정을 거쳐서 혹은 무슨 경험을 해서 기력으로 변화했는지에 관해서다. 책의 윗 구절을 읽고서 결국 나는 나와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나의 사고와 나의 언어로 인해 내 행동은 시작하고 끝을 맺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이든 일을 하는 것이든 그 행동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자신과의 언약'이라 보는데 이는 곧 자신만이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길리언 플린의 저서 <나를 찾아줘>에 대해 작가의 해석을 통해 내가 영화 <나를 찾아줘>를 봤던 감상평을 뒤흔들었다. 이 영화를 봤을 때는 현실은 저런 반전이 없는데 영화 속이라 반전이 있는 것인지, 한편으로 영화니까 저런 반전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정도의 감상평이었다. 그런데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통해 사회적 권력에서 빗어진 반전이란 해석으로 바뀌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호스피스'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다. (생략)
부정, 분노, 우울, 타협, 수용이라는 '애도의 5단계'는 그의 심리 이론 중 하나다.

심리학 수업에서 배웠던 애도의 5단계를 책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고 이를 만든 이론가의 이름을 이제 알게 되어 부끄러웠다. 또한 호스피스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란 사실에 놀라웠다. 그의 책을 소개하는 책 부분을 읽으며 그의 삶의 궤적과 그가 만든 이론들과 개념들이 바늘로 연결되었다.

삶과 독서는 분리되어 설명할 수 없듯이 작가 또한 삶에서 만난 책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한 챕터마다 책 한 권씩 소개하는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읽게 된 책이다. 여러 책들을 소개하다 보니 호흡 하나마다 짧지만 그 호흡들이 이어지면서 작가의 삶이 통째로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압도감으로 책을 쉬지 않고 읽을 때는 호흡이 가빠졌다. 여자 작가들의 책에 대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